insight ) 여의도 더 현대서울, 비욘더로드 전시 후기

 

비욘더 로드

기간 ~21/11/28

가격 (성인) 20,000

       (청소년) 16,000

       *취학 아동이상 관람 가능

 

우리 회사는 가끔씩 복지겸, 사원들 영감충전 겸 문화데이를  갖는다. 대표님께서는 특히 연출 겸 기술이 특징적인 전시를 좋아하셔서 주로 AR, XR, 빛, 융합 테마의 전시회를 자주 찾으신다. 이번에 전 사원이 함께 볼 전시는 "비욘더로드"이다.

 

비욘더로드는 특이하게도, 음악 앨범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프로젝트이다. 성당 느낌의 홀리하고, 판타지 같기도 하며, 신기한 느낌의 음악이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ded4rUc6J9W_TsYn-nZs0qQ753AjrGcy 

UNKLE | The Road (Part 1 and 2)

 

굵직 굵직한 아티스트가 많이 참여했는데, 비주얼 아티스트는 물론, 영화 감독까지 참여한 프로젝트이다. 그만큼 각 작품들 완성도, 디테일이 장난아니다. 한국인 작가도 참여했는데, UV라이트를 활용한 매력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또, 특이한 점이 '향'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전시장에 처음 입장하면 눅눅하고 습한 숲에 들어서는 듯한 묘한 향이 나는데, 이 향을 맡는 순간 전시에 몰입하게 된다. 내가 이전에 존재하던 곳에 대한 인지가 없어지고, 어둠속에 들어가는게 이질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행동이 된다. 전시장에 향을 도입부부터 사용했다는 점이 매우 영리하고 창의적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향이 묘한 안정감을 주어 좋았다. 굿즈로 팔았으면... 아쉽게도 굿즈로 판매하지 않는다 ㅠ

 

UV복도, 나나

내 생각의 비욘드로드의 핵심은 '빛'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나나 작가의 작품은 UV라이트를 활용해 특정 색만 강조하여 그래비티에 신비함을 부여했고, 더그 포스터는 빔 프로젝트와 물 반사를 통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남겼다. 다른 작품들도 핀 라이트를 사용해 암흑속에서 작품만 빛나게 하거나, 장면 전환을 연출했다. 빛을 활용해 '전환'을 자연스럽게 연출하니 다양한 작가가 참여했음에도 통일감이 보였고, 공간 이동에 이질감이 없었다. 비교적 작은 공간을 '연출'을 통해 효율적으로 잘 활용한 것 같다. (감히 내가 어떻게 평가하겠냐만은)

 

안식처, 더그 포스터

내 기준, 제일 압도적이었던 작품은 더그 포스터의 '안식처'였다. 낡은 교회안 한쪽 벽면에 빔 프로젝터로 UNKLE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물결같은 그래픽을 투시하고, 그 밑에 고인 물에 반사하는 연출. 두 면이 하나가 되는 듯 하고, 반사가 되는 것이 물인지, 벽인지 모호해지는 경험이 묘하고 난해한 음악과 하나가 된다. 또한, 모티브가 된 가사를 무릎 꿇고 읽을 수 있게 설계해두었다. 빔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빛 줄기마저 설계같다. 작가는 변태임이 분명하다.

 

(좌) 안식처 (우) 기타 작품들

더그 포스터는 '빛' 변태인것 같다. 앞서 말했던 핀 라이트의 활용이 더그 포스터의 작품 특징중 하나였다. 껌껌한 공간에 작품당 핀 라이트 하나 만으로 작품들을 비추고 있었다. 안그래도 그림이 다크한데, 주변까지 어두워서 진짜 무서웠다. (필자는 쫄보중 상 쫄보임) 빛줄기까지 예술같아 보이는게 너무 짜릿했다. 반사를 통해 작품을 확장시키고, 핀라이트를 통해 대비를 주어 작품에만 집중하게 하는 연출이 좋았다. 또, 하얀 핀 라이틀 사용하니 작춤 고유의 색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집중도와 감성을 주었다. 3D연출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어떤 색, 어떤 질감의 조명을 사용하냐인데, 다크한 분위기에 핀 라이트도 나쁘지 않겠다.

 

두번째로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알폰소 쿠아론의 영상이었다. 흑백 영상과 음악이 너무 잘 어울렸고 특히 음향의 몰입감이 대단했다. 공간의 한 가운데에 하얀 직윤면체가 매달려 있고, 양쪽면에 영상이 빔으로 쏘이는 방식이었다. 내 기억으로 Farewell 음악이 나왔던 것 같은데, 신비롭고 약간 격양되는 음악과 영상이 잘 어울렸다. 마치 그 음악의 뮤직비디오인 것 마냥... 영상 작품은 총 세가지가 있는데, 작품이 전환될 땐 노랑, 초록, 빨강이 나오며 영상의 여운을 즐기게 해준다. "여운"을 느낄 시간을 주는게 좋았다. 빠르게 지나간 장면의 의미는 무엇일까, 지금 흘러나오는 음악이 그 공상을 도와주고, 색이 바뀜에 따라 생각이 흘러갔다. 넘 좋았던 경험중 하나!

 

+추가) 연무가 가득한 숲의 모습은 난해하기도 하고 추리하는 맛이 있었다. 마치 악귀를 쫓아내려 온 듯한 여성이 사실, 악귀(?)를 불러내는 듯 했고, 그에 반응해 춤을 추는 듯했다. 그리고 추워보였다... ㅋㅋㅋㅋㅋ

 

+참고) 난 두 소녀, 소년이 나오는 흑백 영상이 이 전시를 위해 촬영한줄 알았는데, 알폰소 쿠아론의 작품 '로마'의 장면을 편집한 것이었다. 날먹...? ㅋㅋㅋㅋ 농담이고, 몰입도가 좋았던 작품중 하나. 영화도 한번 봐야겠다.

 

 

호랑이 엠브로이더리, 아이비 존슨

이외에도 디테일과 몰입감이 뛰어난 작품들이 많았다. 특이한 점은 작품 설명이 하나 없고 모두 관객이 상상할 수 있게 열어두었다는 점이다. 부연 설명없이 음악만 흘러나오니 정말 "음악 속으로 걸어들어가는"듯 했다. 멜로디와 작품이 주는 분위기에 더 집중하게 되는 느낌? 또, 무의식적으로 나 나름대로 해석하게 되었다.

 

같이본 동료 직원분들은 대개 개발자였는데, 다들 난해하다는 평을 내렸다. 화려하고 몰입도 높은 작품이었으나, 무언가 뜻을 정의내리기엔 조금 어렵다는 평이 많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볼 가치가 충분했던 전시였다. 이런 형태의 전시가 주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면 좋을듯하다.

 

아무튼,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전시를 다보고 UNKLE의 앨범을 들으니, 작품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고 더 재밌다. 꼭 음악을 들어보길! 아니면 먼저 음악 앨범을 듣고 분위기를 상상해보는 것도 재밌겠다. 내 상상과 다르게 작가는 어떻게 상상했을까? 비교하는 재미가 있겠다. 

 

미국 중2병짤 같이 나온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