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행 모먼트를 아는 것

https://youtu.be/xSs2y_PTL9Q

조금 웃기지만, '출장 십오야'를 보다 심사임당의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다. 십오야, 웹툰 작가편에 이종범작가님이 나와서 그런가, 유튜브가 친절히 알고리즘으로 소개해주었다. 닥터프로스트를 한번도 본적없지만, 이종범 작가님이 사람에 대해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인터뷰였다.

제목은 '꿈없이 사는 게 나쁜건가요?'이지만, 내게 진짜 제목은 '한 턴 보내기'이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알 수 없는 미래를 두려워한다. 필요 이상으로 조급해하며 결과를 기대한다. 어린 나이에 나의 시작은 늦은게 아닐까 고민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자격을 재고 또 재는 요즈음, 내게 필요한 말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일단 한 턴 보내보는 것. 당장은 두렵겠지만, 이 턴을 보내고 나면 분명한 것은 나에 대한 이해가 남는다는 말. 무뚝뚝하지만, 용기를 주는 말이다. 내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모르겠지만, 이 결과가 나를 분석할 데이터라는 것은 분명하다. 무조건 데이터가 남는 일이라면 실행을 두려워할 이유가 있을까?

작년 12월부터 심리상담을 하면서 [자신에대한 이해] 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 상담가 선생님께 당시 감정과 나름대로의 원인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문뜩 막힐 때가 있다. 나는 왜 슬펐지? 나는 왜 그 일을 떠올렸을까? 나는 왜 불안했지? 역으로 들어오는 질문에 항상 뜸들였다. 나도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 불안하다고 생각했는데, 깊게 이야기하다보면 불안보다 분노에 가까웠다. 정확한 감정의 원인을 모르고 엉뚱한 답, 내가 만든 내 프레임속에 날 가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또 똑같은 상황이 닥쳤을때, 같은 불안과 우울에 빠지는, 비효율적인 루틴인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말이 되어버린다. 불행은 최대한 피해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얼마나 많이 아냐는 중요한 것이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어떤 종류의 말을 들었을 때, 자존심이 상하는지 알아야한다. 또 그만큼 어떤 상황에서 힘든 일을 잊을 수 있었는지, 어디서 행복을 찾았는지 스스로 정리해야한다. 스스로 정리하고 스트레스 상황에 놓일 전조 증상이 보이면 피하는것,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회복 콘텐츠를 추천하는 나만의 알고리즘을 만들어야겠다. 분명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상황에 놓이고 가치관이 변하겠지만, 지금부터 나를 알아가는 연습을 해야겠다.

영상 후반부에 자신의 성장을 지탱하는 연료가 '자신감'인 사람과 '자존감'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의 능력, 남들보다 뛰어난 무엇인가로부터 성장이 시작될 수 있지만 그것이 과연 건강한 지탱일까에 대한 이야기. 나는 여지껏 '자신감'에 열등을 느껴왔고, 상상속의 '자신감'넘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자신을 갉아 먹었다. 나는 저렇지 않기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 나에게 믿는 구석이 없어 라고 단정지어왔다. 성장의 기둥이 타인에게 있다니, 얼마나 위태로운 기둥인가... 지금 나는 나의 기둥을 교체하는 작업을 해야한다.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아도, 남들만큼 하는 나니까 괜찮아. 아니 남들보다 못 해도 괜찮지 않을까? 사람에게 능력보다 중요한건 많으니까 그걸 찾아가면 돼.

사람은 각자의 시간을 살아간다.
다른 사람의 연대기를 보고 공감과 응원을 할 수 있지만, 주제넘는 시기와 질투하지 말자.
나는 나의 연대기를 쓰고 있는 것이니, 나의 역사를 즐겨야겠다.